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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공간정비사업’ 강행 물의…양돈농가 강력 반발

한돈협회, 충북 괴산·증평 청년 양돈농가 현장실태 파악
현대화 시설 등에 수억원 투자하고도 주민민원에 내몰려
“축산농가도 농촌의 일원…오히려 농촌 분열시켜” 비판 
한돈협회, 농식품부에 이전부지 확보 의무화 등 건의

 

 

#1. 새벽 6시, 충북 증평군의 한 양돈농장. 김선주(31)씨는 여느 때처럼 1000두 규모의 돼지들의 상태를 점검하러 축사로 향한다. 농장 입구에 설치된 암모니아 측정 현황판이 ‘정상’ 수치를 가리키고 있다. 5억원을 투자해 설치한 액비순환시스템과 악취저감시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6개월 후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2020년, 김 씨의 아버지 김기중(57) 씨는 자녀들을 위해 12억원에 이 농장을 매입했다. 이후 3억원을 들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노후시설을 보수했다. 2022년에는 5억원을 투자해 악취저감시설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인해 농촌공간정비사업 대상이 되었고, 결국 주민회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3~40명의 주민들의 압박에 못 이겨 사업 신청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2. 충북 괴산군의 자우농장 이경섭(39)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고생을 덜어드리고자 2017년 양돈업에 뛰어들었지만, 농촌공간정비사업 3차 대상에 선정되며 막막한 상황에 처했다. 이 씨는 “500두 규모의 작은 톱밥 돈사지만 8대 방역시설과 폐사축처리기, 악취저감시설 모두 완비했는데, 당장 나가라는 겁니다. 이전하고 싶어도 전국이 거의 가축사육제한 지역인데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라며 호소했다.

 


이에 한돈협회는 최근 농촌공간정비사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린 충북 괴산·증평지역 청년 양돈농가를 찾아 실태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농촌공간정비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양돈농가들이 적지 않았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농촌공간정비사업은 본래 낡은 건물이나 빈집을 정비해 주민들을 위한 공원과 쉼터를 만드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는데 최근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축산농가들까지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협회는 법률상 축사의 경우 철거 대상이 아니지만 주민들의 요구로 인해 농장 이전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축사 이전을 하고 싶어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축사육을 제한하고 있어 폐업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규원 한돈협회 증평지부장은 “2003년만 해도 증평군에는 48개 회원 농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10개 농가만 남았고, 이마저도 농촌공간정비사업으로 절반 이상이 내쫓길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대로 농촌공간정비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한돈농가의 존립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인영 한돈협회 괴산지부장도 “한 농가가 폐업하자 주민들이 이를 본보기로 삼아 다른 농가에도 무차별적인 민원을 넣고 있다”며 “농촌다움을 지키자며 시작한 사업이 오히려 농촌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돈협회는 농식품부에 △이전부지 확보 의무화 △2년간의 영업손실 보상 △시설 실거래가 반영 △폐업시 현실적인 보상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해 정상 운영 중인 농가는 정비대상에서 제외하고 이미 사업에 선정된 농가에 대해서도 개선된 제도의 소급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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